
무진은 정말 느렸다.
“저게 뛰는 겁니까?”
강태건이 물었다.
서하린이 대답했다.
“네.”
“걷는 것 같은데.”
“뛰고 있습니다.”
검은 거북의 거대한 발이 땅을 밟았다.
쿵.
쿵.
쿵.
등 위를 감은 검은 뱀은 주변을 살피며 머리를 움직였다.
빠르진 않았다.
정확히는—
끔찍하게 느렸다.
아레스가 한 번 날갯짓하는 동안 무진은 겨우 몸 하나만큼 전진했다.
태건이 말했다.
“저걸 중앙까지 언제 보내?”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 중앙으로 가라고 말했잖아요.”
“지금 경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가고 있잖아요.”
태건이 할 말을 잃었다.
가람은 웃으면서 루프를 상승시켰다.
“저 먼저 볼게요.”
“북쪽 부탁해요.”
하린이 말했다.
“상대 하나 이미 동쪽입니다.”
가람이 고개를 돌렸다.
“보여요?”
“시작 직전에 발소리.”
하린은 화면을 확인했다.
“중형 이상 지상형 같습니다.”
가람은 조금 놀랐다.
자신은 루프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정보였다.
하린은 경기 시작 직전 들린 소리 하나로 방향과 체급을 추정했다.
‘데이터만 보는 사람은 아니네.’
“확인할게요.”
루프가 북쪽으로 날았다.
전장은 복합형이었다.
중앙 낮은 분지.
양옆 산림.
북쪽 고지대.
남쪽 얕은 습지.
세 개의 거점.
먹이 자원은 시작 시 무작위.
가람에게는 좋은 전장이었다.
볼 게 많았다.
문제는—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루프가 고도를 올리자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북쪽.
상대 비스트 하나.
늑대형.
서쪽.
상대 한 명 이동 중.
중앙.
아직 비어 있음.
동쪽 산림.
움직임.
가람은 손가락으로 마커를 찍었다.
“북쪽 하나.”
하린이 바로 물었다.
“종 확인?”
“아직.”
루프가 고도를 내렸다.
회색 털.
커다란 체격.
“다이어 울프 계열.”
태건이 말했다.
“잡을게.”
“잠깐.”
가람이 제지했다.
“왜?”
“혼자예요.”
태건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잡기 좋잖아.”
“너무 혼자예요.”
“그게 뭔 말이야?”
가람은 늑대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먹이.
없음.
시야 거점.
없음.
방어할 목표.
없음.
그런데 늑대는 혼자 북쪽에서 노출되어 있었다.
“미끼일 수 있습니다.”
태건이 말했다.
“아니면 그냥 실수.”
“프로가?”
태건이 잠시 멈췄다.
그러고는 말했다.
“프로도 실수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린이 끼어들었다.
“지금은 중앙 먼저.”
무진이 중앙 분지 입구에 도착하고 있었다.
하린이 말했다.
“30초 있으면 거점 도착합니다.”
태건이 아레스를 위로 올렸다.
“난 북쪽 볼게.”
“태건 씨.”
“안 싸워.”
하린이 가람을 봤다.
가람이 말했다.
“일단 보내죠.”
아레스가 북쪽으로 날아갔다.
루프는 반대편 동쪽을 확인했다.
숲 사이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그림자.
가람이 말했다.
“동쪽 확인.”
커다란 뿔.
두꺼운 목.
“대형 초식형.”
조금 더 가까이.
“카토블레파스.”
하린의 손이 멈췄다.
“독성형.”
“네.”
“정면 보지 마세요.”
가람은 루프의 고도를 올렸다.
카토블레파스.
육중한 몸.
무거운 머리.
독성 숨결과 위험한 시선을 가진 종.
움직임은 느리지만 좁은 지역에서 강했다.
하린이 말했다.
“중앙 올 가능성 높아요.”
“무진 견제?”
“아마도.”
가람은 전장을 다시 봤다.
북쪽 늑대.
동쪽 카토블레파스.
세 번째 상대는 아직 안 보인다.
이상했다.
3대3인데.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윤가람!”
태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람이 북쪽을 봤다.
아레스가 다이어 울프를 쫓고 있었다.
“싸우지 않는다면서요!”
“쟤가 먼저 물었어!”
늑대가 바위 사이를 뛰었다.
아레스가 뒤쫓았다.
가람은 상황을 확인했다.
늑대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도망간다.
그런데 너무 정확한 방향으로.
북서쪽.
좁은 협곡.
가람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태건 씨, 멈춰!”
“거의 잡았어!”
“뒤로 빼요!”
아레스가 협곡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하늘이 어두워졌다.
가람이 위를 봤다.
거대한 날개.
세 번째 비스트.
바위 절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위!”
콰앙!
거대한 비스트가 아레스를 아래로 내려찍었다.
태건의 목소리가 터졌다.
“아레스!”
가람이 종을 확인했다.
“록?”
아니다.
조금 작다.
머리 형태.
“선더버드!”
하린이 말했다.
“함정이었어요.”
다이어 울프는 처음부터 미끼였다.
아레스를 협곡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노출된 것.
가람은 이를 악물었다.
알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태건을 막지 못했다.
“루프, 북쪽!”
가람이 즉시 지원을 보냈다.
하린이 말했다.
“안 돼요.”
“아레스가 잡혀 있습니다.”
“중앙 비어요.”
가람이 중앙을 봤다.
카토블레파스가 분지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무진 혼자.
“제가 중앙 유지할게요.”
하린이 말했다.
“가람 씨는 태건 씨 지원.”
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니다.”
그 순간부터 세 사람의 전장은 갈라졌다.
가람은 북쪽.
태건은 협곡 안.
하린은 중앙.
가람은 루프로 선더버드의 시야를 흔들었다.
아레스가 반격했다.
태건이 소리쳤다.
“놔둬! 이거 잡을 수 있어!”
가람이 말했다.
“나와요!”
“왜?”
“늑대 돌아옵니다!”
태건이 뒤를 봤다.
다이어 울프가 협곡 입구를 막고 있었다.
앞에는 선더버드.
뒤에는 늑대.
태건이 욕을 삼켰다.
“젠장.”
가람이 말했다.
“루프가 시야 끌게요. 오른쪽 절벽 따라 나와요!”
아레스가 방향을 바꿨다.
그 순간 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앙 접촉.”
가람은 인터페이스를 분할했다.
중앙.
카토블레파스가 무진과 마주쳤다.
검은 거북과 뱀이 몸을 낮췄다.
독성 숨결.
방어.
Energy.
북쪽.
선더버드.
다이어 울프.
아레스.
루프.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가람의 판단이 느려졌다.
하린이 물었다.
“중앙 지원 가능해요?”
“지금은…”
태건이 외쳤다.
“왼쪽!”
가람이 북쪽을 봤다.
선더버드 공격.
“루프, 위!”
하린.
“가람 씨!”
태건.
“루프 좀 더 붙여!”
중앙.
북쪽.
Energy.
먹이.
상대 세 번째 소환사 위치.
가람의 머릿속에서 선이 너무 많이 생겼다.
그리고—
“중앙 뚫립니다.”
하린의 목소리.
카토블레파스가 무진을 밀어내고 있었다.
가람은 말했다.
“30초만 버텨요.”
“30초?”
하린이 되물었다.
“네.”
가람은 북쪽 상황을 계산했다.
아레스 탈출까지 16초.
루프 남쪽 복귀 21초.
합계—
아니다.
동시에 움직이면 24초.
“24초.”
하린은 대답했다.
“그 전에 옵니다.”
“뭐가요?”
하린의 시야에 새로운 움직임이 잡혔다.
남쪽 습지.
가람이 보지 못했던 길.
또 다른 비스트?
아니다.
다이어 울프가 이미 북쪽.
선더버드 북쪽.
카토블레파스 중앙.
그렇다면—
“소환사.”
하린이 말했다.
상대 선수가 직접 남쪽 목표를 활성화하고 있었다.
목표 점수.
가람의 표정이 굳었다.
상대는 싸움 세 개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북쪽은 아레스를 묶고.
중앙은 무진을 밀어내고.
남쪽에서는 소환사가 목표를 확보한다.
모든 행동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가람 팀은 달랐다.
태건은 자기 싸움.
하린은 중앙.
가람은 둘 사이를 뛰어다닌다.
‘우린 세 명이 아니야.’
가람은 처음으로 정확히 느꼈다.
‘그냥 세 개야.’
경기 종료.
11분 42초.
전광판의 점수 차이는 컸다.
TEAM NEST 2
VICTORY
가람 팀은 상대 비스트 한 마리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목표 점수도 거의 얻지 못했다.
완패.
태건은 아무 말 없이 아레스의 카드를 내려다봤다.
하린은 태블릿을 끄지 않았다.
가람도 움직이지 않았다.
전광판이 꺼졌다.
대신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차도현이 띄운 것이었다.
3 VS 3 ≠ 1 VS 1 × 3
차도현의 목소리가 경기장 스피커로 들렸다.
“이제 알겠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너희가 방금 한 건 3대3이 아니야.”
차도현이 말했다.
“윤가람은 둘 사이에서 심부름했고.”
가람은 입을 다물었다.
“강태건은 1대2를 했고.”
태건의 턱이 굳었다.
“서하린은 혼자 중앙을 지켰어.”
하린의 눈이 화면에서 떨어졌다.
차도현의 마지막 말.
“세 명 다 자기 할 일은 했는데.”
전광판의 패배 표시가 다시 나타났다.
“팀은 아무것도 안 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