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화 — 네스트

사흘 뒤.

윤가람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네스트 비스트라 트레이닝 센터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생각은—

‘작다.’

였다.

BKP 프로팀의 훈련 시설이라고 하면 좀 더 거대한 건물을 상상했다.

국가대표 훈련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내 경기장 두세 개쯤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의 건물은 대학 체육관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입구 옆에는 오래된 구단 로고가 붙어 있었다.

NEST

그 아래 작은 문구.

Build the Field.

가람은 휴대폰으로 주소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맞았다.

“프로팀 맞는데.”

주차장을 둘러보니 조금 안심됐다.

비스트 수송 차량.

수의 관리 차량.

구단 로고가 찍힌 선수용 밴.

전부 실제 네스트 차량이었다.

가람은 출입 인증기에 임시 참가 코드를 입력했다.

문이 열렸다.


“윤가람 선수?”

직원이 다가왔다.

“네.”

“스크림 참가자 맞으시죠?”

가람이 참가증을 보여줬다.

“카드 등록 먼저 하겠습니다.”

가람은 루프의 카드를 건넸다.

직원이 리더기에 올렸다.

화면에 정보가 떠올랐다.

Species — Pegasus

Individual — Loop

직원이 화면을 확인했다.

“페가수스 한 장이세요?”

가람이 잠시 멈췄다.

“오늘 등록은요.”

사실상 맞았다.

가람이 경기 수준으로 운용 가능한 비스트는 루프가 전부였다.

다른 카드는 몇 장 있었지만 훈련용에 가까웠다.

프로 평가에서 쓸 정도로 합을 맞춘 개체는 아니었다.

직원은 별다른 반응 없이 카드를 돌려줬다.

“대기실 B로 가시면 됩니다.”


대기실에는 이미 열 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다.

가람이 들어오자 몇몇이 쳐다봤다.

아는 얼굴도 있었다.

공개 테스트에서 본 사람.

대학 리그 선수.

유명 아카데미 출신.

스트리밍 경기에서 본 적 있는 아마추어 랭커까지.

가람은 조용히 구석에 앉았다.

‘생각보다 수준 높은데.’

네스트는 최하위권 팀이었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였다.

공개 스크림이라고 아무나 부른 건 아닌 모양이었다.

누군가 대기실 문을 열었다.

순간 주변의 시선이 모두 한쪽으로 모였다.

키가 큰 남자가 들어왔다.

짧은 검은 머리.

검은색 훈련복.

오른손에는 카드 케이스 하나.

가람도 얼굴을 알고 있었다.

강태건.

고교 비스트라 대회 MVP.

유명 아카데미 출신.

한때는 BKP 상위 팀 신인 드래프트 후보까지 거론됐던 선수.

하지만 정작 프로 계약은 하지 못했다.

이유를 두고 여러 소문이 있었다.

성격.

팀워크.

코치진과의 불화.

가람은 소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경기 영상은 많이 봤다.

빠르다.

판단이 과감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하다.

태건이 등록 데스크에 카드를 올렸다.

화면에 Species가 나타났다.

Griffin.

가람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봤다.

그리핀.

공중 공격형의 대표적인 비스트.

독수리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

페가수스와 마찬가지로 공중전에 참여할 수 있지만 역할은 완전히 달랐다.

페가수스가 보고 움직이는 비스트라면,

그리핀은 쫓아가서 잡는 비스트에 가까웠다.

“윤가람?”

누군가 말했다.

가람이 고개를 돌렸다.

태건이었다.

“네.”

“맞네.”

“저 알아요?”

“지난 공개 테스트.”

가람의 표정이 굳었다.

태건이 말했다.

“김준혁한테 진 경기.”

“…봤습니까?”

“좀 답답해서 기억나.”

주변 지원자 몇 명이 웃음을 참았다.

가람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태건은 빈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 경기 이길 수 있었잖아.”

가람이 태건을 보았다.

“알아요.”

“알면서 왜 졌어?”

“알았으니까 졌겠죠.”

태건이 눈썹을 올렸다.

가람이 덧붙였다.

“너무 많이 알아서.”

몇 초 동안 태건이 가람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짧게 웃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10분 뒤.

지원자들은 실내 브리핑룸으로 이동했다.

정면 스크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가람은 바로 알아봤다.

며칠 전 경기장 관중석에서 자신의 영상을 보고 있던 남자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얼굴은 알고 있었다.

차도현.

현 네스트 감독.

선수 시절에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었다.

세계대회 출전 경험도 있었다.

은퇴 후 코치 생활을 하다가 네스트 감독을 맡았다.

차도현이 지원자들을 둘러봤다.

“여기까지 온 걸 축하한다고 말해야 하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 말자.”

차도현이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된 게 없으니까.”

스크린에 평가 방식이 나타났다.

NEST OPEN SCRIM

1차 — Individual Match

2차 — Team Match

차도현이 말했다.

“1차는 개인전.”

태건이 살짝 미소 지었다.

“2차는 3대3.”

몇몇 지원자가 자세를 고쳤다.

“단순합니다.”

차도현은 리모컨을 눌렀다.

평가 항목이 나타났다.

전투.

운영.

판단.

비스트 관리.

팀 적합성.

그리고 마지막 항목.

FIELD IMPACT

가람은 그 단어를 보았다.

전장 영향력.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 프로 테스트 경험 있을 겁니다.”

차도현이 말했다.

“이긴 사람이 좋은 점수 받는 시험 많이 봤겠죠.”

그의 시선이 한쪽에 멈췄다.

가람이었다.

“우린 조금 다릅니다.”

가람의 눈이 좁아졌다.

“개인전에서 져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웅성거림.

“반대로 이겨도 떨어질 수 있고.”

태건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차도현은 계속 말했다.

“우리가 보는 건 하나입니다.”

스크린이 바뀌었다.

커다란 비스트라 경기장 사진.

“당신이 들어갔을 때 전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브리핑이 끝난 뒤 가람은 차도현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차도현이 돌아봤다.

“윤가람.”

이름을 바로 불렀다.

가람이 물었다.

“왜 저한테 연락하셨습니까?”

“이제 묻네.”

“처음부터 궁금했습니다.”

“프로팀에서 불렀으니까 일단 왔고?”

“…네.”

차도현이 웃었다.

“결정 빠른데?”

가람은 며칠 전 자신이 눌렀던 참가 버튼을 떠올렸다.

차도현은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에는 가람과 김준혁의 경기가 있었다.

5분 49초.

차도현이 영상을 멈췄다.

“여기.”

가람은 바로 장면을 알아봤다.

루프가 북부 계곡 위를 지나던 순간.

“왜 이리 갔지?”

“상대가 먹이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첫 섭취 시간이 이미 늦었고, 그 시점 Energy가 77퍼센트 전후라고 봤습니다.”

“실제 76.8.”

“확인했습니다.”

차도현의 손가락이 멈췄다.

“확인까지 했어?”

“복기했으니까요.”

차도현이 가람을 한동안 보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안정적 먹이 위치가 북부 계곡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지나갔고.”

“네.”

“상대를 거기로 끌고 가려고?”

“먹이를 먹는 시간을 이용해서 동부 시야를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차도현이 영상을 재생했다.

정확히 그렇게 됐다.

“이거 말고도 있더라.”

화면이 바뀌었다.

다른 시점.

“여기서는?”

“상대가 추격 포기할 가능성 계산했습니다.”

“여기는?”

“중앙 유지보다 동쪽 먹이가 기대값이 높았습니다.”

“여기는?”

가람이 멈칫했다.

마지막 중앙 공격 직전.

“제가 늦었습니다.”

차도현이 말했다.

“5.3초.”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추어에서는 길고.”

차도현이 태블릿을 껐다.

“프로에서는 죽는 시간이지.”

“압니다.”

“그래.”

차도현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가 다시 화면을 켰다.

이번에는 경기장 전체 지도가 나왔다.

가람이 경기 중 남긴 전술 마커가 한꺼번에 표시됐다.

상대 이동.

먹이.

시야.

회복 예상 시점.

공격 가능 지역.

“당신은 경기 시작하고 8분 동안 상대 전장 움직임을 거의 다 맞혔어.”

가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프로 테스트 심사에서는 이걸 약점으로 봤겠지.”

차도현이 말했다.

“결정을 못한다고.”

“맞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가람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차도현이 덧붙였다.

“1대1이면.”

가람이 그를 보았다.

차도현은 말했다.

“3대3에서 네가 저걸 다 보고 있는데, 다른 두 명이 대신 결정해줄 수 있다면?”

가람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차도현이 말했다.

“네가 꼭 마지막 공격을 할 필요는 없잖아.”

“……”

“공격 잘하는 놈한테 시키면 되지.”

그때 경기장 안쪽에서 큰 울음소리가 들렸다.

키이이익!

그리핀 특유의 날카로운 울음.

차도현이 고개를 돌렸다.

“마침 공격 잘하는 놈도 왔고.”


전자 게시판에 1차 개인 평가 대진표가 떴다.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가람도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세 번째 경기.

A FIELD.

그리고 상대.


윤가람

VS

강태건


가람이 대진표를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재밌네.”

태건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보고 있었다.

“아까 답답했던 거.”

태건이 말했다.

“직접 해보면 되겠다.”

가람이 물었다.

“뭘요?”

태건이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그리핀 카드.

“네가 얼마나 많이 보는지.”

태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생각할 시간이나 줄지 모르겠지만.”

멀리 경기장 문이 열렸다.

다음 평가를 준비하는 조명이 하나씩 켜졌다.

가람은 자신의 카드 케이스를 열었다.

루프의 카드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페가수스.

그리핀.

같은 하늘을 사용하는 두 비스트.

하지만 쓰는 방법은 전혀 달랐다.

가람이 카드를 꺼냈다.

“그러게요.”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한번 해봅시다.”


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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