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과라고?”
윤가람은 전광판을 두 번 봤다.
그래도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NEST OPEN SCRIM — ROUND 1
PASS
강태건
PASS
윤가람
서하린
박성우
이민재
정예린
가람은 자기 이름을 손가락으로 한번 짚어봤다.
틀림없었다.
윤가람.
합격.
옆에 있던 지원자가 중얼거렸다.
“윤가람이 누구지?”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아까 그리핀한테 진 사람.”
“졌는데 붙었다고?”
가람도 같은 생각이었다.
졌다.
그것도 애매하게 진 것도 아니었다.
6분 38초.
루프가 전투 불능 판정을 받고 끝났다.
그런데 합격.
가람은 전광판 아래에 적힌 작은 문구를 확인했다.
1차 평가 결과는 승패와 무관하며 종합 평가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분명 차도현이 설명했던 내용이었다.
그래도 막상 자신이 통과하니 이상했다.
“왜 붙었는지 모르겠지?”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강태건이었다.
가람이 쳐다봤다.
“조금요.”
“조금?”
“많이요.”
태건은 피식 웃었다.
“감독이 이상한가 보지.”
“본인도 붙었으면서 그런 말 해도 됩니까?”
“나는 이겼잖아.”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가람은 반박하려다가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태건은 전광판을 한번 보고 돌아섰다.
“2차가 팀전이지?”
“그렇다네요.”
태건이 걸어가며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같은 팀만 아니면 좋겠다.”
가람이 그 뒤를 보며 대답했다.
“저도요.”
태건이 멈췄다.
뒤돌아봤다.
“진짜?”
가람이 웃었다.
“농담입니다.”
“재미없는 농담이네.”
태건이 다시 걸어갔다.
그때 누군가 가람 옆에 섰다.
“윤가람 선수?”
여자였다.
스무 살쯤.
검은 머리를 뒤로 묶었고 태블릿 하나를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네.”
“서하린입니다.”
가람은 전광판을 다시 봤다.
세 번째 이름.
“아.”
하린이 말했다.
“같은 팀입니다.”
“네?”
하린이 태블릿을 가람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2차 평가 조 편성이 떠 있었다.
TEAM A
윤가람
강태건
서하린
가람은 화면과 태건이 사라진 복도 방향을 번갈아 봤다.
“같은 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방금…”
하린이 물었다.
“누가요?”
“아닙니다.”
가람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하린은 감정 변화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람을 한 번 훑어봤다.
정확히는 가람의 카드 케이스를 봤다.
“페가수스 한 마리 사용하시죠?”
“네.”
“루프.”
가람이 조금 놀랐다.
“이름까지 아십니까?”
“조금 전에 경기 봤습니다.”
“아.”
하린이 태블릿을 조작했다.
가람과 태건의 경기 데이터가 떠올랐다.
“회피 성공률이 높았습니다.”
“결국 졌습니다.”
“승패 말고요.”
하린이 말했다.
“그리핀의 공격 11회 중 종족스킬 사용 전까지 유효타 0회.”
4화가 끝난 뒤 차도현이 보고 있던 것과 같은 데이터였다.
“상대가 강태건이었던 걸 고려하면 좋은 수치입니다.”
가람은 하린을 바라봤다.
“데이터 좋아하십니까?”
“좋아한다기보다는…”
하린이 잠시 생각했다.
“거짓말을 덜 하니까요.”
그 말에 가람이 피식 웃었다.
“사람보다?”
“특히 선수 인터뷰보다.”
가람은 인정했다.
“그건 맞네요.”
2차 평가 브리핑은 30분 뒤 시작됐다.
남은 지원자는 모두 18명.
세 명씩 여섯 팀.
차도현은 앞에 서서 조 편성 화면을 띄웠다.
“2차부터가 진짜입니다.”
지원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1차는 여러분이 혼자 있을 때 뭘 할 수 있는지 봤고.”
차도현이 화면을 넘겼다.
3대3 경기장.
“이제는 셋일 때 뭘 망치는지 보겠습니다.”
몇 명이 웃었다.
차도현은 웃지 않았다.
“농담 아닌데.”
웃음이 사라졌다.
“3대3은 잘하는 선수 세 명을 모아놓는 경기 아닙니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에 세 점을 찍었다.
“이 세 명이 각각 자기 경기 하면.”
선 세 개가 따로 뻗었다.
“세 개의 작은 전장이 생겨요.”
그러고는 세 선을 하나로 연결했다.
“잘하는 팀은 반대입니다.”
하나의 큰 원.
“전장은 하나입니다.”
가람은 그 화면을 오래 봤다.
차도현이 계속 말했다.
“오늘 첫 경기는 테스트 성격이 강합니다.”
“상대는 우리 네스트 2군 선수 세 명.”
지원자들 사이에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프로.
비록 2군이라도 실제 프로 선수들이다.
“이기라고 붙이는 거 아닙니다.”
태건이 팔짱을 꼈다.
차도현은 그를 한번 봤다.
“특히 강태건.”
“네?”
“네가 제일 이기고 싶어 하는 얼굴이라서.”
몇 명이 웃었다.
태건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경기인데 이겨야죠.”
“맞아.”
차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해봐.”
태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
경기 전 준비실.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았다.
태건이 말했다.
“내가 공격할게.”
가람과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건이 덧붙였다.
“왜?”
하린이 말했다.
“아직 상대 구성을 안 봤습니다.”
“상대가 뭐든 공격해야 이기지.”
하린은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아요.”
태건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이 이어 말했다.
“그런데 언제 공격할지는 봐야죠.”
태건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가람은 둘 사이를 보았다.
“일단 비스트부터 확인합시다.”
가람이 말했다.
“저는 루프.”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Pegasus — Loop
태건이 자신의 카드를 올렸다.
Griffin — Ares
마지막으로 하린이 카드 하나를 올렸다.
검은색과 청색이 섞인 문양.
가람의 시선이 멈췄다.
Black Tortoise & Serpent
현무.
카드 표면에는 검은 거북의 실루엣과 뱀이 얽힌 형태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현무…”
태건도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하린이 말했다.
“개체명은 무진.”
태건은 카드를 보고 물었다.
“느리지?”
“많이요.”
“공격은?”
“당신 그리핀보다는 약합니다.”
태건이 바로 말했다.
“그럼 내가 공격하면 되겠네.”
하린이 처음으로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가람은 웃음을 참았다.
“역할을 먼저 나누죠.”
하린이 말했다.
“제가 중앙 거점을 잡겠습니다.”
“너무 뻔하지 않아?”
“현무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건 그렇네.”
가람이 말했다.
“저는 초반 시야를 열겠습니다.”
태건이 말했다.
“그럼 나는?”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공격.”
태건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그건 마음에 드네.”
경기 시작 3분 전.
가람은 루프의 목을 한번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셋이다.”
루프가 귀를 움직였다.
“나도 처음이야.”
그 말을 하고 가람은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3대3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임시팀.
각자 맡은 구역에서 경기하고 필요할 때 합류하는 정도였다.
오늘은 다르다.
프로가 평가하는 팀전.
가람은 반대편을 보았다.
네스트 2군 선수 세 명.
그들에게서는 긴장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익숙했다.
경기장이.
서로가.
그게 가장 무서웠다.
“윤가람.”
옆에서 태건이 불렀다.
“네?”
“이번에도 10분까지 버틸 거야?”
가람이 웃었다.
“이번엔 저 혼자 아니잖아요.”
태건이 아레스의 카드를 들었다.
“그럼?”
가람이 경기장을 봤다.
“이번에는 한번 해보죠.”
“뭘?”
가람은 짧게 대답했다.
“이기는 거.”
태건이 웃었다.
하린도 카드 한 장을 들어 올렸다.
심판 시스템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세 사람의 카드가 빛났다.
4.
루프.
아레스.
무진.
3.
세 마리 비스트가 하나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
가람이 숨을 들이마셨다.
1.
TEAM MATCH START.


